연간 행복 리포트
January 13, 2024
2023년을 마무리하는 기년회에서 전 직장 동료 제인이 팀원들과 매주 하는 거라며 “주간 행복 리포트”라는 것을 보여주고는 연간 행복 리포트로 바꿔서 해 보자고 했다. 그때 고민하느라 완성하지 못한 것을 마저 채워봤다.
올해의 노래
앨범: Conor Albert - Collage 2, Christian Kuria - Borderline
Conor Albert의 이 앨범은 편안한 분위기가 필요한 언제 어디서 들어도 좋은 음반이다. 꽤 자신이 있어서 미국에서 돌아오기 전 아파트에서 개러지 세일할 때에 집에 이 음반을 틀어놓았다. Christian Kuria의 앨범은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지만 좀 더 우울한 느낌이다. 두 음반 다 너무 많이 들었다.
올해의 영상
유튜브 채널: 프랑스엄마TV
프랑스에 언젠가 가 보고 싶은 나에게 대리만족을 시켜주면서 프랑스어, 귀여운 아이들, 개와 고양이, 맛있는 음식까지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영상에 모두 들어있는 유튜브 채널이다. 모든 영상이 무해해서 안심하고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올해의 음식
Tuyet Mai에서 먹은 미꽝
미꽝은 베트남 중부 지방의 쌀국수인데 처음으로 혼자 간 해외여행이었던 2018년 다낭으로의 여행에서 먹어본 이후로 베트남 밖에서는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 텐더로인에 있는 식당에서 미꽝을 팔길래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가서 먹었다. 향채소가 좀 부족하긴 했지만 추억의 맛이었다. 그 외에도 미국에 있는 동안 베트남 음식을 꽤 많이 먹었다. 사무실 근처의 사이공 시티, M 샌드위치 카페도 너무 좋아하는 식당이었다.
올해의 소비
앱 구독: BoldVoice 구독
이 앱은 우연히 광고를 통해 알게 됐는데, 할리우드 액센트 코치의 강의 영상을 보고 나서 스마트폰의 speech recognition 기능을 이용해 미국식 영어 발음을 연습할 수 있다. 한글로 표기했을 때 똑같지만 서로 다른 발음(예: [이] ↔ /IH/, /EE/)과 유성음 /TH/와 무성음 /th/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발음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혹시나 마케팅만 잘된 앱인가 싶어 비슷한 기능의 다른 앱도 테스트해 봤지만 이 앱이 가장 좋았다. 이 링크를 통해 가입하면 7일 무료 체험 후에 10% 할인된 가격으로 구독할 수 있다.
올해의 공간
Outside Lands 페스티벌 때의 골든 게이트 파크
한 무대에서 다른 무대로 가기 위해 넓은 풀밭을 가로지르면 서로 다른 음악이 크로스페이드되고, 안개비가 내리는 와중에 불빛을 반사하는 수증기 사이를 걸어가는 기분이 묘하고 신비로웠다. 사진을 좀 더 찍어놓았어야 했다... 이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올해의 운동
요가
작년 7월, 운동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근력 운동을 시작하기는 싫어서 집 근처 10분 거리에 있는 요가 스튜디오에서 7일 무료 체험을 시작했다. 요가는 모여서 수련하더라도 개인적인 운동이라 내 몸과 기분에 맞게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잘 모르는 자세가 있을 때 남을 보긴 하지만 내 실력과 남의 실력을 비교하지는 않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나는 내 속도대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운동이었다. 요가를 하는 동안에는 숨소리에 집중하면서 과거에 했던 일이나 미래에 할 일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휴식이었다.
올해의 시작
음악인으로 살기 시작
작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음악을 전문적으로 해 볼 마음을 먹었다. 회사는 돈을 벌고 좋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기에는 좋은 환경이었지만, 그것들이 나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자 시간 낭비를 멈춰야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아직 뭐가 된 건 아니지만 뚜렷하게 방향을 틀었다.
올해의 한마디
People often remark that I’m pretty lucky. Luck is only important in so far as getting the chance to sell yourself at the right moment. After that, you’ve got to have talent and know how to use it. - Frank Sinatra
월그린에서 살 만한 게 없나 기웃거리다가 구입한 프랭크 시나트라 사망 25주년 Life 매거진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프랭크 시나트라 정도로 유명해지려면 당연히 행운이 작용해야 하겠지만, 행운이 찾아온 순간에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행운은 사라질 것이다. 재능이 있어야 하고, 재능을 남에게 선보이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올해의 순간
가족 소풍
9월에 가족이 미국에 오겠다고 했을 때 야외에서 음식을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장소가 하프문베이와 돌로레스 파크였는데, 하프문베이에 간 날은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고, 돌로레스 파크가 좋았다. 그 전에 미션 디스트릭트 근처에 갔다가 우연히 지나치게 되었을 때 평화로운 곳이라 기억에 남았다. 언제인지는 몰라도 아주 옛날에 가족 소풍을 갔을 때의 기분을 다시 느낀 것 같기도 하다.